왜 잘 나가던 <누들로드, 2008> PD가 갑자기 생업을 접고 요리수업에 인생을 던지게 되었는지 설명함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이 <누들로드>는
세계적인 피버디상까지 수상한 작품이었고, 이욱정PD는 KBS에서 주요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잘 나가던 직장인이었다.
이욱정 PD는 런던에 있는 <르 꼬르동 블뢰> 요리학교 초급에 무사히 입학한다. 아마, 그의 피디로서의 화려한 경력과 음식문화에 대한 생각과 철학이, 실제 요리 만드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던 그를 전문요리사를 양성하는 학교에서 입학생으로 받아들인 이유였을
것이다.
런던은 열린 도시이다.
문화와 음식과 사람들에 열린 도시이다. 나는 해외
여러나라를 여행할 기회가 참 많았었는데 런던이나 독일의 도시들은 미국이나 다른 유럽의 도시들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편견이 적었다.
살인적인 물가와 불편한 교통수단을 빼면 외국인들이 살 때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을 덜 경험하며
살 수 있는 곳이다. 당연히 <르 꼬르동 블뢰> 런던도 다른 지역에 있는 분교보다 더 외국인에 대해 개방적인 문화를 갖고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재미있다.
그가 만들었던 프로그램들이 ‘스토리 텔링’ 방식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무리 출판사가 도움을 주었다 해도 이 책은 쉽게 잘 읽히는 책이다. 일단, 요리에 별 관심이 없다 해도 그가 까칠한 프랑스요리를 먹는
것도 어려운 우리나라 40대 남자인 그가, 버터와 후추와
소금과 와인으로 대변되는 프랑스 요리 만들기에 나서서 우왕좌왕, 좌충우돌하는 생존기는 그 스토리 자체만으로도
재미있다.
게다가 그는 프랑스 요리나, 요리학교를 전혀 모르는
독자들이 읽어도 이해가 될 만큼 일반독자가 잘 모를 단어나 요리에는 간단하고 친절한 설명을 꼭 덧붙여서 책은 거부감 없이 이해하며 읽기에 적당하다.
<르 꼬르동 블뢰 (Le
Cordon Bleu)> 런던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도 그는 음식문화에 관심이 많은 피디였다. 그의
석사논문은 <국내에 불법 취업한 방글라데시 무슬림 노동자들의 음식 금기>였는데, 이욱정 피디는 논문을 책상에 앉아서 쓴 것이 아니라
방글라데시 무슬림 불법 취업자들이 많던 포천의 한 공장으로 내려가 6개월 가까이 그들과 숙식을 함께
하면서 직접 체험을 통한 생생한 논문이었고, 그로 하여금 음식전문 프로듀서의 길을 걷게 한 것 같다.
<르 꼬르동 블뢰>는
세계 여러 곳에 분교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숙명여대에 그 분교가 있고,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요리사를 지망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학교에서 요리 수업을 받고 있다.
특히 런던분교는 영어를 사용하는 것 외에도 유럽과 세계에서 전문 요리사가 되는 꿈을 가진 젊은이들이
찾는 곳이다. 이 책에서 이 피디와 학기를 같이 한 학생들의 면면을 살펴보아도 학생들의 배경과 출신은
참으로 다양하다. 변호사 출신 호세, 주방장 출신 엘리트
실력파 아틸라, 컴퓨터회사 출신의 튜사 등 유럽출신이 반을 차지하지만 남미나 아시아 출신 학생들도 꽤
많다. <르 꼬르동 블뢰>는 쉐프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데 관심이 많기 때문에 저자가 공부하기에는 최적의 학교였던 것 같다.
이 책은 이욱정 피디의 좌충우돌 요리사 되기 체험기 말고도 요리나 음식문화에 대한 친절하고도
폭 넓은 설명을 포함한다.
특히 방송의 요리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 더욱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스타 쉐프인 ‘고든 램지’의 <헬스 키친(Hell’s
Kitchen)>, ‘제이미 올리버’, ‘릭 스타인’
등의 프로그램은 언제 보아도 흥미진진하며, 내 자신은 요리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찾아 다니고, 언젠가는 내 손으로 맛있는 요리를 하고 싶다는 꿈을 꾸는 내게는 참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이었다. 특히, 나는 고든 램지와 제이미 올리버의 강력한 팬이었다. 물론 그들이 쓴 요리책도 몇 권 갖고 있다. 언젠가 요리할 날을
꿈꾸면서..ㅎㅎ
이 책에서 저자는 ‘고든 램지’가 TV 프로그램에서 거친 욕설을 품어대면서 악마적인 카리스마로 프로그램과
키친을 장악하지만 오히려 그는 자신의 레스토랑 사업에서 결국 몰락의 길을 걸었으며, 오히려 요리를 잘
못 하면서도 시대의 트렌드를 잘 읽고 자연과 편안함, 휴식을 강조한 ‘올리버’나 ‘릭 스타인’의 경우는
승승장구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즉, 사람들이 음식에서 원하는 것은 결국 자연 친화적인
소재와 편안함과 휴식 같은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켄
홈’이라는 중국출신 미국계 BBC 방송국의 스타 쉐프와의
인연을 소개하는데 열악한 방송환경에도 불구하고 <누들로드>
촬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켄 홈은 결국 저자가 요리유학을 떠나는 데 도움이 되어주는 백만장자 스타 쉐프이나 잔돈도 아끼는 정말 검소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런던에서 생활하면서 쉐프의 꿈을 이루어가는 다른 멋진 쉐프들을 만나게 된다. 그 중 대표적인 사람은 <콩투아르>에서 레바논 음식을 만드는 토니이다. 그는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결국 자극성이 강한 레바논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을 런던에서 성공적으로 운영하게 되고 이는 저자의 ‘한식의
세계화’에 대한 생각과 연결된다.
특히 저자의 런던에 있는 식당들에 대한 생각이나 묘사들은 나의 그것과 많이 다르지 않았다.
특히 런던에 있는 한국식당 중에서 제대로 된 음식을 제공하는 곳들은 많지 않았다.
저자의 말대로 런던에서 싸지 않은 가격에 한식을 팔고 있음에도 친절, 서비스 맛들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그래서 런더너들을 한식당으로 초대하는
것은 많이 망설여지는 일이었고, 특히 런더너 뿐만 아니라 고국에서 오는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지
않으며 서비스의 질은 떨어져서, 꼭 한식을 먹고 싶을 때는 런던의 외곽까지 멀리 차를 달려서 갔다. 시내에 있을 때는 주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찾아서 맛있는 음식을 먹곤 했었다.
저자는 르 꼬르등 블뢰에서 요리 뿐 아니라 음식에 대한 철학과 음식문화에 대한 생각을 배우게
되고 KBS로 돌아와서 런던에서 생각했던 <KBS 스페셜
– 쉐프의 탄생>을 완성하고, 그가 인생의 가장 역작으로 생각했던 <요리인류>를 준비하고 있다.
이 책은 참 재미있었다.
바쁜 일정 중에도 이틀 만에 책을 다 읽었다.
요리를 잘 못하고 요리를 자주 하지도 않지만, 요리에
큰 관심이 있는 내게는 정말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이었다.
‘명품 다큐멘터리의 탄생’이라는 극찬과 함께 다큐멘터리 피디로서 최고 전성기를 누리던 그때, 프로그램을 연출한 저자는 런던의 르 코르동 블뢰로 요리유학을 떠났다. 요리 프로그램의 연출자가 되려면 그 과정을 직접 배우고 체험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지각을 밥 먹듯이 하고, 위생에 무심하고, 청소는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저자에게 날카로운 칼과 뜨거운 불이 상존하는 요리학교에서의 생활은 기본부터 시작하는 일이었다. 체계적으로 매뉴얼을 생각하고, 청결을 생활화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일이 요리학교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가장 맛있는 요리 한 접시를 위해 하루 열 시간의 근무를 견뎌내야 하고, 끼니를 거르는 일도 부지기수며, 떼돈을 벌지도 못하고, 휴가 한 번 마음놓고 떠날 수 없는 요리사. 그렇기에 주방에는 희노애락이 있다.
이 책의 장점은 현장을 고스란히 전하는 사진과 더불어 위트 넘치는 글과 시각적인 묘사에 있다. 다큐멘터리 피디답게 모든 상황을 객관화해서 시각적으로 묘사하는 솜씨는 쿡쿡 거리며 웃게 만들다가 멍하니 생각에 잠겨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또한 요리학교뿐 아니라 영국의 요리 프로그램과 스타 셰프들 그리고 런던의 레스토랑과 한식의 문제까지, 다양한 읽을거리들을 보여주고 있다.
* 쿡쿡 동영상 보러 가기
프롤로그
Part 1 Basic_ 직장 10년차, 서랍 속 꿈을 꺼내다
내 인생의 미션
누들누드? 누들로드!
전세금 털어 유학길에 오르다
엥? 무슨 학교가 이렇게 쪼그매?
초급반 학생들, 스타 셰프론에 넘어가다
저를 이 환란에서 구하소서
얼간이 클럽 멤버가 되다
칼맛, 불맛을 배우다
버터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오늘은 네 소스가 최고다!
초급반 기말시험, 낙제괴담의 주인공이 되다
축하해, 합격이야
Part 2 Intermediate_ 혼돈 대마왕 개과천선 프로젝트
검투사들의 하루
스승은 요리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왜 르 코르동 블뢰에는 이탈리아 학생이 없을까?
비빔밥 레시피를 외우고 장맛을 논하는 요리학교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멘토, 켄 홈
칼잡이와 셰프의 차이
제이미 올리버는 허점투성이
제이미 올리버에게는 있고 고든 램지에게는 없는 것
자연으로 가는 영국의 요리 프로그램
혼돈 대마왕, 개과천선하다
벽에 붙은 파리, 요리학교에 간 카메라
갈고닦은 욕 실력, 터프한 런더너로 변신!
쫓겨난 예비 셰프들
은행잔고, 체력, 의욕지수 ‘0’점
여행하는 요리사의 아이콘, 캠퍼를 타고
촌놈 페드로, 완벽한 킬러가 되다 _
에스닉하고 ‘런던스러운’ 레스토랑
Part 3 Superior_ 요리하는 스토리텔러를 꿈꾸며
꿈을 이루는 사람은 언제나 소수다
당신의 부족은 어디입니까
해병대 셰프의 테러리스트 명단에 오르다
죽어도 좋아! 슈거파탈의 유혹 혹은 설탕의 공습
코프만 레스토랑의 인턴
훌륭한 셰프는 요리책으로 말한다
저들에게는 있고 우리에게는 없는 것
다국적 식객부대를 한식의 세계로
‘창의적인 플레이’와 ‘혼모노’를 가르치는 요리사
지독한 잡식성의 도시, 런던
La Belle Epoque, 아름다운 시절
졸업시험
에필로그
Q&A
앙드레 J. 쿠앵트로 르 코르동 블뢰 회장
얀 바오고 런던분교 수석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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