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이야 말로 책값에 부응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가볍고 얇지만 담겨진 내용은 결코 그렇지 않다. 책의 내용은 짧은 기고문이거나 간단한 인터뷰다. 작가 혹은 인터뷰이의 이름이 낯선건 내가 이쪽에 문외한이라 그렇겠지.. 실제로는 대단한 전문가들이라는 느낌이 든다. 삶이란 어딘가 고단한 몸을 뉘이고 쉴 곳이 있어야 계속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잠과 음식과 소통할 수 있는 구성원이 빠진 주거 공간을 생각해보면 자연스럽게 인생의 고단함이나 삶의 비참함이라는 단어로 직결될 수 밖에 없듯이 온전한 주거가 주는 위안과 충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소중한 것이리라. 책을 읽어나가며 좋은 집과 좋은 삶에 대해 생각해 본다. 닭장같은 아파트에서 삭막하게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의견들도 많지만 사실 아파트야말로 편의성에 있어서는 거의 최고의 주거 환경, 문제는 이런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것인가 하는 것이다. 조은 교수의 기록인 사당동 더하기 25에서는 빈곤의 유전과 재생산에 대해 긴 시간을 들여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보이후드라는 영화를 20년 가까지 찍었다고 화제인데 한국에서는 사당동 더하기 22라는 22년짜리 다큐멘터리가 있다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았다. 적막한 도시 생활을 버티는 최소한의 셸터인 고시원에 대한 성찰, 여러 가구가 모여 대안적인 삶의 공동체를 모색하는 소행주의 이야기도 흥미롭고 셰어주거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일본의 하츠지 부동산의 사례 또한 국내 도입과 전파에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주택 또는 주거의 형태는 삶의 질과 형태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집에 화목난로가 있으면 어떨까? 획일화된 아파트가 아니라 작은 집이라도 내가 손수 하나하나 만들어가면 어떨까? 마음 맞는 친구나 이웃들과 함께 살면서 공동 육아, 공동 교육을 해보면 어떨까? 주택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그런 꿈을 단순한 망상이 아니라 현실화 시키는 건 얼마나 재미있을까? 책을 보며 새록새록 뭉게뭉게 생각이 자란다.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예찬한 책들도 좋아하지만 사회학적으로 주거의 양상을 다루고 삶의 질을 고민하는 이런 책도 너무 좋다. 아직 세상에는 내가 읽지 못한 책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독서를 여행이라고 한다면.. 이번 여행은 얻은게 많은 참 뿌듯한 여행이라 평하고 싶다.
공공주거, 청년주거 등을 통해 우리 사회 구조적 현실을 직시하고 집의 비물질적 가치와 삶의 나눔에 관한 고민을 담은 책. 일본의 건축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사카구치 교헤, 시인이자 사회학자인 심보선, 삶디자이너 박활민, 사회학자이자 영화감독인 조은, 사회학자 김홍중, 디자인 연구자 박해천 등 건축, 사회학, 디자인 등 각 분야의 전문가 및 활동가들과의 인터뷰와 글을 통해 우리의 주거문화를 논했다. 오랫동안 건축이 잊고 있었던 공동체 개념을 다시 일깨우는 건축가들과 다른 분야 전문가들의 다학제적 연구가 건축, 나아가 살아가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할 것이다.
들어가며_ 박성태
인간의 손에 짓기를 되돌리기_ 사카구치 교헤
행복하지만 위험하지 않아_ 심보선
당신의 집은 살아 있습니까?_ 박활민
같은 예산으로 두 배로 크고 밝은 공간_ 라카통 & 바살
미래의 가난을 읽는다_ 조은
현장의 목소리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적 침묵_ 김홍중
청년 세대 독립생활자의 집은?_ 정민우
바벨의 월세방_ 박해천
개인들의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집_ 키타가와 다이스케
도시 공간으로 연결된 아주 작은 집_ SsD
개인의 주택문제, 공동으로 해결한다_ 박종숙
주택협동조합의 필요충분조건_ 기노채, 김란수, 신철영, 전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