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2011년 일본 후쿠시마의 쓰나미, 그로 인한원전 사고는 충격 그자체였다. 아마도 원전에 대한 대규모 패러다임의 전환이이루어진 계기였을 것이다.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체르노빌 사건 이후 다시 불씨가 커졌다. 이것은 우리 나라 안에서도 원전 개발에 관한 찬반 대립이 거세진 것에서 느낄 수 있다. 원전의 가장 큰 장점인 안전성과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공식이 깨졌다. 안전하지도 않고, 원전에서 나오는 쓰레기와훗날 원전가동이 멈췄을 때 후처리 비용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무엇보다,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입증되었으니 어릴 때부터 교육받았던 원전에 대한 고정된 정보를싹 버렸다. 아직도 말들이 많다. 안전하고 경제적 효율성이 높은 에너지 발전소가 맞다는 사람들과 더 이상 원전을 짓지 않길 바라는 사람들과 이해충돌은 가시화되었고 국가적 차원에서 숙의민주주의 절차를 적용하여 의사결정하기도 했다.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 중 하나인 일본에서의 원전 사고를 보았음에도몇 년이 지나자오히려 원전을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슬슬 커지고 있다. 이 좁은 땅에 설치된 원전이 많아도 너무 많은데, 자꾸만 또 지어야한다고 하는 사람들.. 후쿠시마의 재앙을보고서도 말이다.이 책은 어느 사진 작가의 기록 차원에서 시작되었다.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이 많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다. 그곳에는반려동물뿐만아니라 가축들까지, 무수한 생명들이 방치된 채 있었다. 그는 사진을 찍어댔다. 기록으로 남겨야 원전의 위험성을 알릴 수 있다는 이유다. 그리고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참상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곳에는 주인을 기다리는 개, 고양이, 소, 말들이 어깨에 바짝 힘을 준채 사람들을 경계하고 있었다.사진 작가가 쓴 책이기에 사진집이라해도 무방하다. 축사에 갇혀 죽어가는 동물들 사이에 겨우 숨만 붙어 있는 가축들에게 그가 할 일은 없었다. 이미 죽음의 땅이 된 경계지역이었고 피폭된 동물들이었기에 함부로 데리고 나올 수도 없었다. 어쩌다 누군가가 축사 문을 열어준 경우는 이렇게 자유롭게 풀을 뜯는 소도 있었지만 이들도 언젠가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늪에 빠지거나 용수로에 갇히거나 그리고 이미 엄청난 피폭 상태임으로 어느 날 고통 속에서 죽어갈 것이다. 저렇게 길 한가운데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반려견들도 그대로 죽어갈 것이다. 보호소로데리고 나온 경우도 있지만 잔뜩 경계하는 동물들은 어쩔 수 없이 그 앞에 사료나 먹이를 두고 나올 뿐이다. 그리고 이렇게 사진으로 남긴다.정기적으로 찾아가 녀석의 안부를 확인할 뿐이다.작가가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알려야 한다는 것.2011년 3월,후쿠시마 사건 이후 경계지역 내에 있는 가축들은 살처분되었다. 가축이 아닌 경우이 지역내 동물들의 개체수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그들은 원인 제공자는 아니지만 위험 생명체로 낙인찍혔을 것이고 정부의 모르쇠로 후쿠시마의 참상은 묻히고 있고 우리는 잊어가고 있다. 후쿠시마 사건이 몇 백 년 전의 일도 아닌 고작 10년 전 일인데우리는잊어가고 있다. 두렵다. 예전보다 잦은 지진과 피해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동해쪽으로 발이 떼어지지 않는다. 최대한 원전과 먼 곳에서 살고 싶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누구도 원전의 위험지대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좁은 면적에 비해 원전기수가 많아도 너무 많다. 고작 바라는 게 노후화된 원전부터 더 이상 연장가동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의방사능폐기물들이 안전하게 처리되길 바랄 뿐이다. 그마저 불가능하다고 들었지만... 차라리 모르고 사는 게 속 편하겠다. 그러기엔 이젠 위험수치가 너무높다.모른 채 할 수 없다. 우린 신민이 아닌 시민이므로.(급 마무리)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가 기록한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쓰나미로 인해 익사하고, 굶어 죽고, 살처분으로 죽어간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부에서 일어난 지진은 예상치 못한 비극을 불러왔다. 지진에 이은 쓰나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방사능이 대량 유출된 것이다. 이어지는 재난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삶의 터전을 잃고 타지를 떠돌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사고 지역 동물들도 인간과 비슷한 고난을 겪고 있지만 주요 관심에서는 벗어나 있다. 상상하기 힘든 재해 앞에서 사람들이 무력감에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 관심에서 벗어난 생명들이 비참하게 죽어가고 있다.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에는 책 속에는 사람이 떠난 집을 지키는 충견들, 떠난 사람 가족을 기다리는 고양이들, 축사에서 굶어 죽어가는 가축들의 모습이 가득하다.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죽거나 떠도는 동물들. 죄 없는 생명들의 이 비참함을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대지진과 쓰나미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동물들이 굶어죽거나 먹이를 찾아 떠돌며 야생화 되어 가고 있다. 피난을 떠났던 사람들은 모두 금방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개를 개집에 묶어두고, 고양이를 방에 두고 떠났는데 돌아갈 수 없게 되자 그 동물들은 모두 굶어죽었다.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된 동물들도 주린 배를 쥐고 거리를 떠돈다.
원전 사고 후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잃어버린 가족을 기다리고, 사고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바람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이다. 어렵게 살아남아 가족과 재회한 행복한 동물도 있고, 새로운 가족을 만난 동물도 있고, 아직도 집에서 오지 않은 사람 가족을 기다리는 반려동물이 있듯 사람들도 가족을 찾고, 기다린다. 저자는 책을 통해서 말한다. 후쿠시마는 ‘기다리고 있다.’고. 동물뿐 아니라, 땅도, 사람들이 살던 집도, 벚꽃나무도, 모두가 기다리고 있다고. 동물들이 죽음의 땅에서 오지 않는 가족을 기다리듯, 15만 명에 이르는 후쿠시마 원전 난민들도 기다리고 있다.
언제나 먼저 다가오는 아이들
먹고 토하고 또 먹고 토하고...
흰둥이
야마모토 미
인간의 사정
얼마나 기다려야 엄마아빠가 올까요?
고양이, 친구를 만나다
울부짖으며 죽어가는 가축들
꼭 살아줘야 해
화창하고 한가로운 봄의 풍경
묶인 채 죽다
빈 집을 지키는 동물들
기다리고 있었어요
할머니 탓이 아니에요
조금 더 빨리 왔다면
축사는 고요했다
이곳에서 고양이를 찾아달라고?
손을 내밀다
살아있기만 해주렴
구조한 동물들의 뒷이야기
편집후기_원전 지역은 대도시의 식민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