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의 연애는 뭐가 좀 다를까?
적어도 평범한 과학자의 경우엔 별 다를 바 없다는 걸 내가 잘 안다.
실험과 연구에 파묻혀 연애에는 도통 신경 쓸 시간이 없는 이도 간혹 있을 수 있겠지만, 여느 다른 직업을 가진 이들과 마찬가지로 이성과 만나고 싶어하며, 이성의 반응에 하루 종일 고민한다. 이뤄지는 사랑이 과학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지만, 사랑이 과학과 특별한 관련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다. 과학자가 과학자와 연애를 하여 결혼을 하는 경우에도 그렇다. 과학은 과학이며, 연애는 연애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침대에 누워서도 연구에 관한 토론을 하는 부부란… 글쎄.
그럼에도 ‘과학자의 연애’라고 하면 궁금하긴 할 것 같다.
과학과 연애를 좀 어울리는 조합 같지 않아 보이고, 그 실상을 알면 일반적인 사람과 별 다를 바 없는 직업인이지만, 그래도 뭔가는 달라 보이는 직업인 과학자라면 뭔가 다른 연애를 할 것 같아 보이는 것이다.
책에서는 여섯 쌍(?)을 골랐다.
아인슈타인과 그의 첫 번째 부인인 밀레바
연구로 맺어진 인연이며, 함께 노벨상까지 받은 마리 퀴리와 피에르 퀴리
스승과 제자로 만나 맺어진 엔리코 페르미와 라우라 페르미
제인 구달과 그의 첫 남편 휴고 반 라윅
동성애자였던 앨런 튜링과 그가 사랑하거나 관계를 가졌던 남자들과 여성
그리고, 프랑스 혁명의 씨앗을 뿌린 계몽사상의 볼테르와 프랑스에 뉴턴을 소개한 에밀리.
분명히 뭔가는 다른 과학자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자 했지만, 여전히 과학자들의 사랑이 그다지 특이하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자신의 틀에서 이성을 만나 사랑을 하다 사랑이 식고, 헤어지기도 하며, 혹은 끝까지 존경심을 가지고 살아가기도 한다. 평생의 동지로 살아가기도 하지만, 죽음이 그 사이를 갈라 놓기도 한다. 한 동안 불타오르는 사랑을 하다가도 한쪽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그게 불편해져 헤어지고는 친구처럼 지내기도 한다.
앨런 튜링의 경우는 <이미테이션 게임>이라는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그게 과학자의 연애라고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가 동성애자로서 박해받았다는 것이 과학자로서의 정체성과 어떤 관련성을 가지는지는 불분명하다. 오히려 블레츨리에서 만나 약혼까지 했다 성 정체성의 문제로 고민하고 헤어진 여성과의 사이가 오히려 과학자로서의 앨런 튜링의 연애사로 적당하다 싶다(이 책에서 이인식씨는 사실 앨런 튜링의 연애사보다는 그의 정보 이론을 더 공들여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의아스러운 것은 에밀리와 볼테르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워낙에 유명한 커플이긴 한데, 과학자라니… 그런데 가만 보면 볼테르가 앞이 아니라 에밀리가 앞이다. 즉, 과학자의 연애라 했을 때, 과학자는 바로 에밀리라는 얘기다. 여성으로서 지적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던 에밀리가 볼테르를 만나 인정받고 뉴턴을 재해석하는 업적을 쌓았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면, 끝은 어땠을 지 모르지만 과학자의 연애로서 가장 극적이고, 어쩌면 가장 과학자다운 연애라고도 보인다.
그러나, 책은 중구난방이다. 과학자의 연애가 어떤 호기심을 불러일으킬지 모르겠지만, 불러일으킨 호기심을 충족할 정도로 과학자의 연애를 충실히 보여주고 있지도 않는 것 같다. 그저 그들도 우리와 비슷했다는 것을 알고자 과학자의 연애를 파헤칠 필요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물론 얘깃거리는 되겠지만.
[세상을 바꾼 그들의 사랑] 시리즈 4권. 숨겨진 우주의 법칙을 밝힐 수 있어도 눈앞에 있는 연인의 마음은 알 수가 없었던 과학자의 연애를 통해 그들의 삶과 업적을 다루고 있다. 과학사에 길이 남은 천재도 풀지 못한 사랑의 신비가 바꾼 과학의 역사를 살펴본다. 박민아, 박병철, 이은희, 이인식, 최세민, 홍승효는 인류의 삶을 바꾼 과학적 성과의 핵심을 놓치지 않으면서 과학에 문외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하고 있다. 재미와 깊이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과학 교양서다.
1장 사랑은 상대적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 밀레바 마리치 _ 박병철
2장 프랑스와 폴란드가 사랑한 과학자
마리 퀴리 & 피에르 퀴리 _ 박민아
3장 아내에게 자서전을 헌사받다
엔리코 페르미 & 라우라 페르미 _ 이은희
4장 타잔이 아닌 제인의 남자 친구
제인 구달 & 휴고 반 라윅 _ 홍승효
5장 컴퓨터와 사과를 남겨두고 떠난 천재
앨런 튜링 & 남자들 _ 이인식
6장 과학과 역사에 혁명의 씨앗을 뿌린 연인
에밀리 & 볼테르 _ 최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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